개발일지

만든 사람들

화이트데이 개발 일지

(주)손노리 NEW(제작2)팀 디렉터 "개발자 D"

*이곳은 화이트데이 개발팀의 디렉터인 '개발자 D'의 지난 작업일지들을 하나씩 공개하는 자리입니다. 이곳의 글들은 (주)손노리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소 차이가 있을수 있습니다.

2001-04-19

지난 두 달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진짜 정신없다. 우선 동교동에서 서초동으로 이사. 좁은 건물에 비해 회사 인원이 많이 늘어나서 확장 이전을 해야했다. 이번 이사는 예전에 비해 신속하게 끝났다. 까다로운 LAN 케이블 공사도 몇몇 사람들의 수고로 미리 마쳐져 있었다. (덮개없이 PC를 잔뜩 실은 트럭이 떠났는데 갑자기 비가 내려서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리고 팀 정비. 우선 NEW팀(제작2팀)의 몇 명이 다른 프로젝트 팀으로 이동했다. 꽤 핵심적인 멤버들이어서 이들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다른 팀 역시 손이 모자라긴 마찬가지여서 계속 신규 인력을 충원중이다. 3월달에는 지원자들의 서류만 읽어보다가 업무시간 대부분이 흘러가곤 했다. 게다가 불법복제 단속. 이걸 한다고 해서 사실상 우리같은 국내 게임회사들이 이득되는 건 없다... 악튜 와레즈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우리도 조사 대상이 되므로 준비하느라 시간 허비. 애매한 정품 판단기준에 맞추느라 모자란 서류를 구비하고, 각자 사용하는 유틸들 프리/셰어 여부 확인하고, 사이트 라이센스된 OS 개수 확인하고, 종류 안 맞는건 포맷하고 다시 설치하고... 이런 일들로 아까운 3월이 다 지나갔다. 그리고 4월, 성우 재녹음, 일본업체와의 미팅 준비, E3 전시회용 데모 작성... 이런 거 하다보니 벌써 오늘이다. 아무리 스케쥴을 넉넉히 잡아도, 시간은 금방 흘러가버리고 일정에 항상 쫓기게 된다. 우리 팀은 올해, "봄"이라는 계절은 누려보지 못했다.

2001-04-23

화이트데이 제작이 회사 내에서 공식적으로 시작된 건 98년 9월. 올 여름에 출시되면 3년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외국 게임들도 3년씩 걸려 만드는 작품들이 있곤 하지만, 화이트데이가 오래 걸린 이유는 여러가지 있다. 우선 처음 도전해보는 풀 3D게임이라는 점. 가브리엘 나이트3 개발자가 말한 "2D에서 3D로 옮기는 것이 1/3 만큼의 차이가 아니고, 3배는 더 어려운 일이더라"라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그리고 모델로 삼을 만한 게임이 없다는 점. 기존의 유사한 게임이 있다면 그를 모델로 삼고서, 개발에 필요한 요소와 게임성 등을 검토해볼 수도 있을텐데, 화이트데이의 경우는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또한 회사의 생존을 위해 당면한 다른 프로젝트들 때문에 화이트데이에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1년은 주로 엔진 만드는 데에 많은 시간이 들었고 그 다음 6개월간은 악튜러스 작업과 자금마련을 위한 정부지원 연구 프로젝트 수행 등으로 잠시 중단되었다. 그 후 1년 반동안이 기획방향을 재정립하고 실제적으로 게임을 제작한 기간인데, 여기서도 인력부족과 경험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다. 하지만, 고생한만큼 게임이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어 긍지를 느낀다.